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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기운이 감도는 담양 둘러보기
  • 한국에너지정보센터
  • 승인 2019.12.0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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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연말에 찾아가는 죽향(竹香)의 고장, 담양은 일찍이 가사문학을 꽃피운 곳으로 오랜 세월 그 지조와 향기를 후세에 전해주고 있다. 담양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면앙정, 송강정, 명옥헌, 소쇄원,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같은 정자들은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시문을 짓고 학문을 논하던 곳으로 하나같이 아름다운 경치를 품고 있다. 담양 여행은 빠른 걸음보다 천천히 자연을 벗하면서 느리게 둘러보는 게 좋다. 담양이 슬로시티로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 여유, 멋, 운치를 품고 있는 누각

담양 여행은 소쇄원에서 시작한다. 지실마을 언덕배기에 아담하게 들어선, 마당이 딸린 집과 정자는 멋의 결정체이다. 그만큼 아름답다는 뜻인데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입구부터 훤칠하게 솟은 대나무들이 길동무가 돼 주는데 이따금 바람이라도 불면 댓잎 스치는 소리가 청량하게 다가온다.

소쇄원을 창건한 양산보는 스승인 정암 조광조가기묘사화로 귀양을 가게 되자 처가에서 가까운 이곳에 집이 딸린 정원을 짓고 55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살았다고 한다. 맑고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의 ‘소쇄’는 원림을 가꾼 양산보의 호 ‘소쇄옹’에서 따왔다. 입구의 대숲을 지나 흙돌담이 시작되는 곳에 이르면 ‘대봉대(待鳳臺)’라는 편액이 걸린 정자를 만나게 된다. 예로부터 소쇄원을 찾은 귀한 손님이 차 한잔의 여유와 함께 소쇄원의 풍광을 감상하던 곳이다. 대봉대에 앉으면 들뜬 마음이 착 가라앉으며 편안해진다. 문명에 찌든 몸과 마음이 새롭게 깨어나
는 느낌이다.

각각의 건물들은 여유와 멋, 운치, 수수함이 진하게 묻어 있다. 방문객들과 함께 풍류를 즐기던 광풍각을 비롯해 주인이 사랑채(서재)로 쓰던 제월당과 송시열이 이름을 붙였다는 애양단, 담장 아래로 흐르는 계류가 넓적한 암반을 다섯 번 돌아 흐른다는 오곡문 등은 옛 선비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비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란 의미의 광풍각 누마루에 걸터앉으면 신선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풍경하나하나에 알싸한 감동이 밀려온다.

소쇄원과 얼마 안 떨어진 곳엔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息影亭)이 있다. 광주호의 푸른 물이 내려다보이는 식영정은 주변의 환벽당, 송강정과 함께 ‘정송강유적’으로 불린다. 16세기 중반 서하당 김성원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은 정자로 사선정(四仙亭)이라고도 하며 송강 정철(1536∼1593)이 고향에 내려와 머물면서 ‘성산별곡’을 탄생시킨 곳이다. 식영정 밑에는 부속건물인 부용당과 서하당이 조용히 방문객을 맞는다.

정철은 관직에서 물러나 고서면 원강리 언덕에 있는 송강정(松江亭)에 은거하기도 했다. 1770년에 후손들이 정철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 이름 그대로 노송으로 둘러싸인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3칸에 가운데에 방이 있고 앞과 양옆이 마루로 되어 있다. 정자 정면에 ‘송강정(松江亭)’이라고 새겨진 편액이 있고, 측면처마 밑에는 ‘죽록정(竹綠亭)’이라는 편액이 있다. 정자 앞으로 펼쳐진 평야는 아득하기 그지없고 저 멀리로는 무등산이 아스라하다.

 

▶ 자연을 끌어들인 명당터
제월봉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면앙정은 가사문학의 선봉인 송순이 창건했다. 자신의 호를 따서 지은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이며 전면과 좌우에 마루를 두고 중앙에는 방을 배치했는데, ‘땅을 내려다보고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담양 들판과 멀리 추월산과 무등산이 아스라하게 바라보이는 이 정자는 풍수가들이 꼽는 명당터이기도 하다.

식영정에서 조금만 내려가면 송순의 면앙집과 정철의 송강집, 친필 유묵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는 가사문학관이 있다. 가사문학관 바로 앞 하천 건너편에는 송강 정철이 관직으로 나가기 전 학문을 닦던환벽당이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집인 환벽당 앞으로는 무등산 원효 계곡에서 흘러나온 창계천이, 뒤로는 솔숲이 우거져 그윽한 분위기를 풍긴다. 일찍이 송순은 환벽당과 식영정, 소쇄원을 가리켜 ‘한 동네에 3군데의 명승이 있다’라는 의미로 ‘일동지삼승’(一洞之三勝)이라고 했다.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는 명옥헌(명승 제58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자 옆 계곡에서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마치 옥구슬(玉)이 부딪치는 소리처럼 들린다(鳴)고 해서 붙여졌다. 명옥헌은 담장이 없이 바깥과 소통하고 있어 ‘苑林’이다. 참고로 바깥 공간과 구분 짓는 담장이 있으면 ‘園林’으로 적는다. 인조반정의 주역 오희도(1583~1623)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은 정자로 정면 3칸 ·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형태로 이뤄졌다. 정자 앞에는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받아 네모난 연못을 꾸몄는데 보면 볼수록 단아하고 격조가 있다. 연못 안엔 원형의 섬을 만들어뒀는데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당시의 우주관이 담
겨 있다. 주변에 적송, 배롱나무 등을 심고 가꿔 정자의 품격을 살려놓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꾸밈없이 소박하게 가꾼 정자와 주변 풍경은 한 폭의 수묵화로 다가온다. 정자는 가운데에 방을 두었고 사방엔 마루를 깔았다. 마루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진 정원과 이리저리 굽어 올라간 배롱나무를 그윽하게 굽어볼 수 있다. 꽃은 져서 빈가지로 남아 있지만 사철 독특한 모습으로 멀리서 찾아온 길손을 반겨준다. 정자에 오두마니 걸린 현판 글씨는 우암 송시열(1607∼1689)이 쓴 것이다.

 군자에 즐겨 비기는 대나무의 자태
읍내 향교리에 있는 죽녹원은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보기 드문 휴식처다. 푸른 대나무들이 우거선 돌계단을 오르면 빽빽하게 들어선 대숲 사이로 꼬불꼬불 산책로가 나 있다. 바람도 잠시 휴식에 들어간 오후 무렵의 대숲길은 그윽하고 감미롭다. 하늘을 향해 키를 뻗은 푸른 대숲을 보면 지금이 겨울이 아닌 여름의 어느 날인 듯싶다. 죽녹원 앞은 또 다른 신선의 세계다. 담양천을 따라 느티나무, 엄나무, 개서어나무, 푸조나무, 음나무, 벗나무, 갈참나무, 이팝나무, 팽나무들이 죽 늘어선 관방제림(官防堤林, 천연기념물 제366호)이다. 죽녹원에선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숲의 정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수령 200여 년을 헤아리는 아름드리 나무들이다. 메타세쿼이아길도 대숲길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국이 원산지인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는 미국에서 개량된 수종이다. 담양에서 순창으로 이어지는 24번 국도변 좌우로 공룡시대부터 살았다는 메타세쿼이아 수 천 그루가 멋진 그림을 연출하고 한다. 이 길은 담양이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 1순위. 철따라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는데 흰눈을 이고 선 가로수길은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마음을 어루 만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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