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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저온의 열에너지로도 충분해

전 세계적으로 유가의 급변에 대한 우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탄소배출 규제 및 화석연료의 사용 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제는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신재생에너지는 3개의 신에너지 분야(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와 8개의 재생에너지 분야(태양열,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열, 지열, 해양, 폐기물)로 구성되어 있다. 대다수의 신재생 에너지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고, 어느 지역이나 동등하게 주어
지는 자연환경에 뛰어난 과학 기술을 접목하여 개발을 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화석연료보다 지리적 환경의 차이를 줄일 수 있고 어느 환경에서든 개발을 해내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처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에서 기후 변화 협약 등 화석연료 및 환경 규제에 어느 정도 자립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러한 신재생에너지를 대체에너지로써 개발하고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열에너지 분야에서만큼은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개발을 해내는 것이 어려웠다.

태양열, 바람 등은 지구의 어느 곳이라도 비교적 동등하게 주어지는 자연 환경이지만 지열 에너지는 고엔탈피 지열(100~150℃)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높은 온도의 열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화산 지대와 같은 심부지열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북유럽 등 화산지대가 존재하는 곳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심부지열원의 확보가 어렵다. 지중에 수많은 열에너지 자원이 있다 하더라도 따로 심부지열원이 없다면 무작정 땅을 파내려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지열에너지 개발에 관한 기술이 아무
리 발전해도 다른 나라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리적 환경에 의해 제약이 걸린다는 점은 지열에너지의 상용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저엔탈피 지열(10~20℃)로도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열히트펌프 시스템은 천부 지열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땅을 깊게 파지 않아도 되고, 저온의 열에너지로도 지중의 무한한 열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든 히트펌프, 이는 곧 지열에너지가 지리적 제약이라는 약점을 타파하고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지열에너지란 토양, 지하수, 지표수 등이 지구 내부 마그마열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를 의미한다. 지열에너지 자원은 지중에 분포하고, 연중 자원 상태의 변화가 거의 없으며, 아무리 많은 양을 사용하여도 고갈의 우려가 없다.

또한 현존하는 기술로도 충분히 이용가능하고, 화석연료와는 달리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 지열에너지의 활용방안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누면 직접이용 방식과 간접이용 방식으로 나뉘는데, 지열원을 통해 열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면 직접 이용방식, 열원에서 전기를 생산해내면 간접이용 방식으로 분류된다. 지열에너지 직접이용 방식은 땅에서 중온수(30~150℃)를 추출하여 사용자에게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열에너지 간접이용 방식은 땅에서 추출한 고온수나 증기(120~350℃)의 열에너지를 이용해 터빈을 구동하여 전기를 발전하는 방식이다.

땅은 평균 지하 100 m씩 깊어질수록 3~4℃ 가량 올라가지만 그것이 모두 비용으로 직결되기에 기존의 방식은 화산지대 같이 열에너지를 적은 비용으로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서만 활용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기존 활용방식과는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이란, 300 m이내 10~20℃범위의 저엔탈피 지열을 가진 지중, 지하수, 지표수를 열원으로 이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의미한다.

크게 분류하면 열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기에 지열에너지 직접 이용 방식에 해당하지만 저온의 지열에너지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직접이용 방식과 통상적으로 별도 구분한다. 지표면에서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설치되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연 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지열에너지가 친환경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엔탈피 지열을 필요로 한다는 제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던 문제점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그림 1. 지열에너지 활용방식]출처: 한국지열협회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이란?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심부지열원 없이 저온의 열만으로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답은 지중 열교환기에 있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지중에 열교환기를 설치하고 히트펌프를 이용해 지열을 흡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열역학적 사이클을 이용해, 낮은 온도의 열원에서 높은 온도의 열원으로 열을 펌핑한다. 저온의 열이지만 열 교환기를 통해 지열을 저장하고 지속적인 사이클 과정을 통해 열을 펌핑하기 때문에 굳이 고온의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이러한 사이클 과정의 수행을 위해 압축기, 응축기, 팽창기, 증발기, 지중 열교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난방을 하는 경우 지중에서 따뜻한 순환수를 유입하고 찬 순환수는 지중으로 순환시키면서 지열을 흡수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땅 속에서 부터 열을 얻는 과정을 의미한다.

그런 다음 압축기에 전력을 공급하여 의도적으로 일을 부과하고, 증발기에서는 열량을 흡수해 응축기를 통해 방출하는 사이클을 거친다. 즉 사이클을 냉, 난방 용도에 따라 조정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1대만으로도 냉난방이 가능하고 그 전환이 신속하다. 물은 압축하면 열에너지를 방출하고 팽창시켜 증발되면 열에너지를 흡수한다. 따라서 사이클 과정은 압축기, 응축기, 팽창기, 증발기 순으로 진행되며 난방을 할 때는 응축기를 통해 열을 공급하고, 냉방을 할 때는 증발기를 통해 열을 회수한다. 이를 히트펌프 사이클이라 한다. 또한 땅은 항상 온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겨울에는 지중이 더 따뜻하고, 여름에는 지중이 더 시원하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히트펌프 시스템은 겨울에는 안정적인 지열원으로부터 언제든지 열을 가져올 수 있고 여름에는땅 속으로부터 시원한 온도를 가져오거나 사이클을 변환하여 지중으로 열을 방출할 수 있다.

[그림2. 지열히트펌프 시스템 원리]출처: 에코코리아

[그림 2]를 통해 간단하게 히트펌프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 냉방시 지중 열교환기는 지중으로부터 찬 순환수를 유입하고 가열된 순환수는 지중으로 방열한다. 외부의 뜨거운 순환유체는 열회수 하고, 더운 열은 땅 속으로 버려 실내를 냉방한다. 반대로 난방 시 땅 속에서 열을 얻고 압축기에서 응축기로 흡수한 열량을 방출함으로써 실내를 난방한다.

[그림 3. 히트펌프 사이클]출처: (주)건축설계정보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이 가져온 변화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지하 300m 이내 저엔탈피 지열원으로도 건축물의 냉난방 및 온수 공급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지리적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 덕분에 기존에 고엔탈피 지열에 초점을 맞추던 우리나라도 2008년 이후부터 지열 히트펌프를 통해 지열에너지 보급의 활성화를 시작해왔다. 2008년부터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의 에너지 합리화 추진 지침에서 공공기관의 신재생에너지 이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사업은 연면적 3000m² 이상의 건축물에 대하여 총 건축 공사비의 5%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 설치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난방 부문에서 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손쉽게 신재생 에너지 설치를 가능하게끔 해주기 때문에 2008년부터 지열에너지의 보급이 활성화 될 수 있었다.

미국 에너지부와 미국 환경 보호청에서는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을 현존하는 냉난방 시스템 중에서 가장 에너지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비용 효율적인 시스템이라 언급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을 사용하면 냉난방 비용을 약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혹서기, 혹한기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열원과 사이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천부 지열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거용 건물, 중대형건물, 산업 현장 등 용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말했듯이,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에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열원과 열교환기를 구동시키기 위한 전기정도다. 화석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CO2의 발생이 없으며, 각종 유해 가스(SOx,NOx,CO)의 방출이 없다. 이러한 친환경성을 인정받아 IPCC에서는 지열히트 펌프를 두고 '건물 분야의 온실 가스 절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 중 배출 절감에 대한 잠재력이 가장 우수하고 경제적으로 타당성을 확보한 해결책' 이라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의 한계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많이 상용화 되어 쓰이고 있는 시스템이지만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지중에 설치된 교환기를 통해 열교환 유체(물)를 순환시켜 열을 회수하거나 저장한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지중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토양 및 지하수에 어느정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먼저 천공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천공 과정에서 그 기간이 길어질 때 빗물이 유입되거나 지표 오염 물질이 침투할 경우 토양 및 지하수의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히트펌프는 저온에서부터 고온으로 열을 전달하기 위해 냉동 사이클의 작동 유체로써 냉매를 사용하는데, 그 냉매가 오존 고갈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에어컨을 많이 가동하면 지구 온난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과 동일한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 부분은 기존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냉매의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냉매를 개발해 대체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적으로 해결되어가는 중이다. 지중 열교환기의 열 교환유체의 문제도 존재한다. 물로만 열교환 유체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최근에 설치되는 히트펌프의 열 교환 유체는 전면적으로 물이다)

과거에 설치된 히트펌프의 경우 물 이외의 열 교환 유체도 사용한다. 주로 부동액을 사용하는데 부동액의 구성은 공업용 메탄올, 에탄올, 프로필렌글리콜, 아세트산칼륨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부식성이 크고 생분해성이 낮고 독성 및 인화성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누출될 경우 심각한 토양 오염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기존에 부동액을 활용하는 펌프의 안정적인 부동액 회수 및 세척이 과제로 남아 있다. 그 밖에 지하수를 열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수량의 변화나 그로 인한 지반 침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즉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화석 연료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난방 시스템이지만 반 대급부로 토양에는 심각한 데미지를 안기고 있다는 지적이 따라다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고효율의 냉난방이 가능하다는 점, 거의 무한한 지열 에너지원을 사용한다는 점, 유지 및 관리비가 저렴하다는 점, 화석 연료의 문제점을 해결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다. 더군다나 기존 화석 연료의 자립도가 낮아서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이 더더욱 절실한 우리나라는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처럼 화석 연료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를 포기하기 어렵다. 따라서 앞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점은 토양 오염 우려를 불식시켜야한다. 토양 오염의 우려만 완벽하게 해결한다면,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신재생에너지가 가져다주는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화석 연료의 탄소배출, 지구온난화의 원인등 부정적 영향에 강력한 제동을 걸 수 있다.

다행히도, 이 부분은 현재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대체 냉매를 적용한 고효율 지열 히트펌프의 수출 산업화와 부동액의 전면 교체가 그 예다. 이외에도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설치 시 지질 및 지하수량을 고려하여 설치되어야하고, 토양 환경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올바른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의 관리는 결국 저탄소형 사회 구현과 녹색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다줄 것이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우리나라에선 활용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지열 에너지원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것이기에 토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지열 히트펌프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수출을 통해 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증명해낼 수 있다. 거기다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은 히트펌프 사업, 탐사 및 굴착 산업, 시스템 제어 사업, 냉동 공조 사업, 관련 부품 사업, 설계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엮고 있다. 따라서 지열 에너지라는 이 새로운 분야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국내외 다양한 산업의 경제적 성장까지 이뤄낼 수 있다. 토양 오염의 우려를 완벽히 해결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그 시스템에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림 4.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관련 산업]출처: 한국지열협회

 

R.E.F 13기 김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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