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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정책의 이면: 치솟는 국제유가

지난해 4월말에는 국제유가가 12달러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한 현상이었으며 생산원가도 안 나오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서브텍사스산원유(WTI)는 2020년 4월 28일 배럴 달 12.34달러를 기록하였는데, 셰일오일 생산 원가가 미국의 경우 30~40달러, 러시아의 경우 20달러 이상임을 감안하면, 2달러 내외라고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석유생산업체들이 도산위기에 처하기도 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5배 이상 올라 60달러선을 넘었으며, 현재는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다음과 같이 70달러선을 넘은 상태이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시대와 친환경 정책에도 상승하는 국제유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작년에 비하면 전 세계의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친환경 정책 확대와 잇따른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공장 신축 진행 등을 고려하면 유가 상승은 예상과 다른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선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미국 내외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정책이 역설적으로 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등장했다.

[자료1. 최근 국제유가의 일일 변동 현황]출처: 투데이에너지

즉,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그린뉴딜이 오히려 국제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 중 하나로는 이전 30달러선까지는 회복되었던 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 시점이 바로 미국이 선거절로 접어든 지난해 9월 이후라는 것이 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60달러선으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그린뉴딜 정책의 영향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 오히려 유가를 증가시킨
데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CNBC는 그린뉴딜이 건설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친환경 에너지의 규모를 늘리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서는 많은 태양광, 풍력 등의 발전소를 지어야 하며 이에 맞춰 송전소, 송전탑 등의 배전시설과 도로, 통신 등의 기초 인프라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앞서 대규모의 건설공사가 필요하고 건설을 위한 장비가 동원되어 결국 평상시보다 훨씬 더 많은 석유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왜 국제유가에 호재인가

전기차 사용 확대 역시 국제유가 상승을 일으키는 하나의 요인이다. 전기차 도입의 목적이 화석연료의 의존을 줄이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것임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은 내부의 이차전지이다. 이차전지는 외부의 전기 에너지를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한 후 필요할 시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이며, 여러 번 충전이 가능하여 ‘충전식 전지’라고도 한다. 즉 전기차는 휘발유를 사용하지 않고 전력을 이용하여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배기가스가 발생하지 않지만, 차량 자체에서 진기를 생산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엔 필요한 전기를 외부에서 받아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즉, 전기차를 통해 진정한 친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기 자체를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발전소의 현재 에너지 효율은 10% 초반대에 그치고있다.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의 에너지 효율이 50%대임을 고려하면, 화력발전소 1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5기 이상의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자연환경에 제한을 많이 받는 친환경 에너지 특성상 발전소를 지을 부지는 한정적이다. 주로 도심과 먼 외곽에 지을 수 밖에 없으며 생산한 전력을 도심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송전시설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역시 불가피하다. 즉, 전기차 수요를 늘리고자 전력
시설을 확충하게 되면 화력발전소 역시 증가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은 국제유가에 호재로 작용하게 된다.

[자료2.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지 저장 메커니즘]출처: 중앙일보

 

수요와 공급으로 살펴보는 국제유가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친환경 행보가 오히려 유가를 상승시킨 상황을 투자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정유기업 투자자는 친환경 정책으로 인해 정유사에 기존 사업을 축소하라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알래스카 원유 시추를 중단시켰으며 정유사들을 향한 투자자의 압박도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원유 시추 등에 투자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해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미국 정부와 투자자의 친환경 행보에도 유가 상승세는 꺾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부족하여 유가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세계 정유사들의 원유 시추에 대한 투자액 감소다. 영국의 에너지산업 분석회사인 우드매켄지에 따르면, 세계 원유 시추 관련 투자액이 작년에 3290억 달러였으며 올해에는 3480억 달러로 소폭 증가했으나 수요량 증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투자는 감소한 셈이다. 또한, 2014년 투자액인 8070억 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론

우리나라도 고유가에 대한 피해를 떠안게 되었다. 한국전력은 코로나19로 인한 저유가 덕에 지난해와 올해 1분기 흑자를 냈지만,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2분기 실적부터는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친환경 정책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유 수요는 당분간 크게 줄 것 같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원유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량용 연료 및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앞으로 10년 이상 줄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는 세계 원유 수요가 내년 말쯤 코로나19 이전 수치로 회복되고 최소 2026년까지는 증가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원자재 투자회사인 G&R어소시에이츠의 리 괴링(Leigh Goehring) 창업자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석유파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시각에서는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상승할 경우, 주요 정유사의 주주도 기업 순이익을 늘리기 위해 원유 생산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조절 역시 변수 중 하나다. 그러나 이미 원자재 투자자 중 일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원유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가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에너지원이 변하고 있는 과도기인 만큼, 이러한 상황들은 수반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세계에서 최대의 석유 트레이더인 트라피구라(Trafigura)의 제러미 위어 회장은 "세계가 청정에너지로 도약하지 못하고, 자동차도 완전한 전기차 시대로 들어서지 못한 상황에서 석유개발 투자가 갑자기 줄어 공급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3. WTI 가격과 세계 원유 시추 투자액]출처: 한경닷컴

R.E.F 18기 이 유 나  yunalee30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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