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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전환, 공정전환

청정한 전환, 공정한 전환?

‘Leaving No One Behind’. 이 슬로건은 COP25에서 EU가 탄소중립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정의롭고 공정한 전환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용한
것이다. 이때 정의롭고 공정한 전환이란 사회 모든 구성원의 참여와 협동이 이루어져야 지켜질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하여 EU Green Deal의 세부 목표 중 하나를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보장하는 것으로 정하였다.

*Just Transition을 올바르게 번역하면 '정의로운 전환'이지만, 한국에서는 '공정전환'이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따르면 정의로운 전환이란, 탈탄소사
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등을 보호하여 전환 비용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화석연료 기반의 사업 등에
의존하는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역량을 강화하여 전환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정책 방향이자 개별 정책을 말한다.

이런 정의로운 전환이 강조되는 이유는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에는 좌초자산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측면에서 좌초자산을 ‘기후변화로 탈탄소화가 진행되면서 이미 투자됐으나, 수명이 끝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좌초자산으로 석탄화력발전이 있다.

각국이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세우고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는데 누구나 이는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연한 전환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미래이다. 본 기사에서는 석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탄소중립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한국판 뉴딜, 석탄 노동자의 일자리는?

[자료 1. 2050 탄소중립 전략의 공정전환]출처 :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3대 정책 방향 중 하나로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을 추진할 것을 발표한 바 있는데, 취약 산업종사자 교육 확대를 통한 재취업 지원 강화,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준비한 정책이 현재 잘 시행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정의당 류호정 국회의원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 발전비정규직 노동자 3,634명에게 물었을 때 폐쇄 시점 인지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안다>가 8.7%에 그쳤으며 <대략 듣기는 했지만, 정확한 시점은 모른다>가 61.5%, <잘 모르겠다>가 28.7%를 차지하였다. 폐쇄정보 획득 경로는 매스컴을 통하여 37.0%, 직장동료를 통하여가 28.6%였으며, 회사 관리자를 통한 것은 8.0%에 그쳤다. 또한 고용불안을 느끼는지 여부는 <매우 그렇다>가 37.5%, <그렇다>가 38.5%로
다수가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종합해보았을 때, 이해관계자의 주도적 참여를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석탄화력발전소의 핵심 이해관계자인 노동자들이 폐쇄여부에 대한 정보 공유조차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동일 설문조사에서 재취업프로그램을 참여하겠느냐는 설문에는 <참여하겠다>가 26.5%, <프로그램을 보고 판단하겠다>가 63.3%, <참여하지 않겠다>가 8.6%를 차지하였고, 불참이유로는 ‘재취업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가 39.7%로 응답 빈도가 가장 높았다. 따라서 정부가 석탄화력발전 종사자의 재취업을 지원할 때에 취업을 보장 또는 취업에 확실한 도움이 되는 교육프로그램 내용구성과 지원금 등의 실질적인 혜택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가지 제안

1) 기후 위기 대응 법제화

정의로운 전환이 정치인의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단지 말뿐인 정책 목표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기후 위기 대응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기후정의 기본법을 제정하기 위하여 열린 이 토론회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게 다뤄졌는데, 기후 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이 뜻하는 정의(justice)는 탈탄소사회 이행과 관련된 의사결정과 집행 과정에 노동자, 농민, 여성, 장애인 등의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토론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심상정 의원 발의법안 주요 내용과 기후정의법에 대한 의견'을 이헌석정의당 심상정 의원 특보가 토론을 진행하였다.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그린뉴딜정책특별법안('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으로 정의로운 정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는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신설할 것을 쟁점으로 하였는데,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을 위해서 재정 마련이 중요한 지점임을 강조하였다.

기금의 재원은 탄소세, 탄소배출권거래제 등 탄소가격제도를 통하여 확보하는 것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상정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고 난 이후로 기후 위기 대응 법안이 9개가 추가로 발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법체계 정비와 유사한 법률의 추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정의로운 전환 기금의 신설은 전환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위해 필요성이 크다.

 

2) 정의로운 전환 모니터링 위원회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결정된 순간부터 폐쇄가 이루어지는 시점까지 발전사와 노동자 사이에 이에 대한 정보 공유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재취업을 위한 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모니터링도 중요하다. 이에 대한 사례로, 스페인에서는 노동자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 조치를 모니터링하는 위원회를 신설하였다. 이는 석탄 화력 발전사가 정당한 전환을 위해서 산업부와 합의를 맺었다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

보통 화력발전사는 에너지 전환에 따른 피해자로 여겨지며 지원의 대상으로만 고려되지만 기업에도 노동자의 재취업에 대한 책임과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맺은 발전사는 노동자 지원 계획을 개발하기로 약속했으며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연계해주거나 노동자에게 채용 우선순위를 지정하는 등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산업부에서는 52세 이상의 노동자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로 이들을 고용할 시에 기업에게 혜택을 주기로 하였다. 앞서 언급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설문조사에서 노동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재취업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낮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의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3) 모두를 포함하는 정의로운 전환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떠올려보자. 대부분 화석연료와 발전설비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노동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청소·미화 노동자들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경비 업무를 맡는 노동자들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이들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미화나 경비 같은 업무는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의'로운 전환, '공정' 전환이 누군가를 배제한다면 더는 정의
롭고 공정한 전환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같은 일자리를, 같은 처우로 일할 기회를 준다고 해서 정의로운 전환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정의로운 전환을 단순히 실업 지원 방안, 일자리 제공 정도로 협소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남성 중심사업장인 석탄화력발전소의 남성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고 자투리 공간에서 쪽잠을 자는 여성 미화 노동자에게 같은 처우를 보장해주는 것이 공정한 전환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일지라도 국적과 성별, 나이 등의 차이를 개별적으로 인식하여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또한 본 기사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같은 화석연료를 다루는 내연기관차 종사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또한 중요하며, 더 크게는 기후 위기로 인한 전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대상이 농어민, 소상공인, 저소득층, 지역사회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정의로운 전환에는 각계각층을 포함하려는 노력과 시각이 필요하다.

 

까만 석탄의 까만 미래

정부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범부처 차원에서 공정한 노동전환을 지원하기 위하여 7월 중에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5월 29일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에서도 '공정전환위원회'를 8개 분과 중 하나로 하여 취약산업 노동자와 지역의 기후 위기 적응과 관련한 문제를 다룰 것임을 알렸다.

현재 석탄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밖에서 자신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말하기가 꺼려진다고 한다. 전에는 자신의 직업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는데, 기후 위기가 시대의 주요 해 결과제가 되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기후 위기의 주범이 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부끄러운 직업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들은 곧 사라질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이처럼 탈탄소 사회로 가는 사회에서는 석탄화력발전, 내연기관차 등 화석연료 기반 산업은 물론이고, 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게 될 수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기업에도, 노동조합에도, 노동자 본인에게도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존재한다. 취약계층의 당사자를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개념인 정의로운 전환은 지금 이 시점에서 기후 위기라는 변수를 자신의 미래에도 그려봐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R.E.F 18기 김 채 연
seeizetheday126@gmail.com

R.E.F 18기 김 채 연  seeizetheday12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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